[크루피셜]임산부 모먼트 ON. 초기 임산부 생존기

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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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낯부끄럽기도 하고, 글을 잘쓰지 못한다는 수줍음에 플로그는 제게 숙제입니다.
내 블로그는 내 것이라 정말 여러 이야기를 부담없이 작성했는데, 플로그.. 이곳은 제게 편하지 못한 곳이에요.
그리고 이 숙제, D-Day가 되어서 정말 작성하고야 말아요.


우선 위티가 유일하게 얘기할 수 있는 관점은 임산부로서의 관점과 이야기 뿐이더라고요.
굉장히 특수한 상황인만큼 임산부로서 겪은 팜앤디 근무 생활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일단 TMI. 위티는 피임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어요


임플라논 - 피부 아래 플라스틱막대를 삽입하여, 호르몬으로 배란을 억제하는 피임약
머리빠지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은 드물다는 점, 월경양과 월경통이 줄어들며 생활의 질이 좋아진다는 점
위티는 가임기 녀성에게 매우 츄천 드립니다 👍


남편이랑 '앞으로는 피임 없이, 아가가 오면 환영해보자!'라는 이야기를 마치고 제거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바로 아가가 찾아왔어요. 정말 정말 심리적으로 당황스러웠어요.
  마음먹었다고 바로 아기가 가져지는게 아닌데..!!
의사도 제거하고 한 달 이후부터 노력하라고 했는데...!!!!
  최소한 한 달의 자유시간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임신을 부정하는 몇 주를 보내고서야 부정할 수 없는 임테기의 선명한 두 줄을 보았습니다.



기가 막히게 초기 증상들이 나타나더라고요.
하루 종일 잠이 쏟아지고, 저녁에 잠을 푹 잤음에도 잠이 또 오고,
소화가 하나도 안되는 듯한 명치 언저리의 답답함과
뭘 하지도 않았는데 버거워지는 체력 바닥치고
제 몸뚱아리의 효율은 전력 5%로 떨어졌어요.충전해도 5%짜리 배터리인 그 정도의 효율 말이에요.



진짜 이러다 상황과 배경을 모르는 동료들이 오해할만한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한 편으로는 놀랄 동료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지 고민되는 마음을 안고 시몬님께 먼저 알렸어요.

연말 워크샵 때 전사에 알리겠다고 하셨지만,
이 몸뚱아리가 피곤함*10000000 & 소화불량, 어지러움 등으로 티가 안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눈치 빠르신 제리님이 바로 알아 채셨거든요

"위티님, 임신하셨어요?"
에에..아...오.....음.....그게,,,네!
증말 어버버 바보처럼 대답했던 기억



6주차 쯤 어느 날,
출근하던 고속도로에서 배가 미친 듯이 아팠습니다.
월경통이랑 또 다른, 배가 뜯기는 듯한 고통이 갑자기 찾아와서 사고 날 것 같았어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시몬님께 SOS연락을 드리고 바로 산부인과로 갔습니다.
오른 발로 악셀을, 왼발로 제 몸을 지탱해 반은 서서 운전했던 날이었어요.
병원에 가서야 하혈을 했다는 것도 알았고, 자궁에 피가 많이 고였다는 것도 알았어요.
병원에서는 "초기 임산부들이 일상을 온전히 보내는 것조차 무리가 되니, 되도록 활동량을 줄이고 쉬세요."라는 얘길 들었어요.


심장소리를 듣고도 여전히 "내 배에 아기가 들어있다고?" 마음이었던 저에게는,
"뭘 했는데 무리라는거지? 일상을 어떻게 줄이라는 거지?" 싶은 수 많은 생각들과 함께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당시 포레스트 캠프 입실 이후의 상황이라 프로그램 진행도 되어야해서 너무너무 어려웠습니다.
계획하지 않은 일에, 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싫었고
마지막 기수인 만큼 잘 마무리 하고 싶었거든요.
아무도 시험하지 않았지만, 혼자 시험에 빠져서 풀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하 진짜 마음으로 울면서 출근하고 울면서 퇴근했던 시기를 이제는 얘기해볼 수 있네요.
여기까지 초기 8주까지의 임산부 크루로서 근무했던 솔직한 심경과 이야기를 작성해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어떻게 지냈으면 좋았을지 생각났던 것들을 적어보려고해요.


가장 먼저, 변화하는 몸과 감정에 대한 수용하기!
저는 부정했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빠르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나부터 준비가 되어야 예상치 못한 어떤 일들에 대응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악몽을 매일 꾸는 것도 당연하고
잠이 오는 것도 당연하고
바지가 점점 안맞는 것도 당연하고
정상 근무만 해도 힘든게 당연하고
아무튼 그땐 다 그게 당연한거더라~


두번 째는, 동료들에게 빠르게 알리기!
사무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은 적절한 그 시기에, 해야만 하는 일들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미리 상황을 공유하고 알려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팀에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이 듭니다.


세번 째는, 회사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논의해보기!
임신 12주 이내 근로자들은 하루 6시간 기준으로 단축근무를 신청할 수 있어요.
해당 제도는 근로자가 신청해야 가능한 것이고, 노사의 합의가 필요한 점!
정작 위티는 12주를 거즘 견딘 뒤에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하지만 그 시간도 입덧 때문에 겁나 겁나 소중했음 진심으로!)
극초기에 유산이 많은 시기인만큼 고려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하,,,숙제 끝! 퇴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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