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무용론 시대, 우리의 일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요즘 SNS를 보면 "개발 못 하는 내가 한 달 만에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자랑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작년 초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가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을 던진 이후, 코드를 몰라도 AI에게 맡기고 느낌대로 만드는 흐름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개발자 무용론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을 보며, AI 시대에 개발자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우리의 일은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 보았다.
개발자 무용론, 어디까지 진짜일까
무용론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3~6개월 안에 AI가 코드의 90%를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고, 마크 저커버그도 AI가 미드레벨 엔지니어 수준의 코드를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단순 코딩 업무에서는 AI가 주니어 개발자보다 코드를 더 잘 작성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과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되는 현실이다.
다만 만들어지는 것과 성과를 내는 것은 다르다. AI 기반 코딩 도구를 통해 수많은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MIT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95%가 측정 가능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실제로 수익과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은 5% 남짓이라는 이야기다. 95%의 결과물이 실효성 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만들 수 있다와 되게 만든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코딩 실력이 경쟁력이 아니게 된다면
그렇다면 개발자의 특장점은 어디에 있을까. 과거에는 특정 기술 스택, 개발 언어 구사 능력이 곧 개발자의 가치였다. 하지만 AI가 코드를 더 잘 쓰는 시대에, 개발자의 비교 우위는 코딩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개발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니어 개발자가 주니어와 다른 지점도 사실 여기에 있다. 개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잠재적 리스크 — 보안이 뚫리지는 않을지, 과금이 폭탄처럼 터지지는 않을지, 사용자가 늘었을 때 확장 가능한 구조인지, 서버는 안정적으로 버틸지 — 를 미리 인지하는 리스크 식별 능력. 전체 개발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만들고 끝이 아니라 어떻게 유지보수할지를 설계하는 프로세스 설계 능력. 그리고 구현해야 할 기능의 적정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판단하고 관리하는 품질 관리 능력. 비전문가가 AI로 만든 서비스가 95%의 실패로 흘러가는 이유의 일부는 프로세스적 관점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점이다.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지금 시니어의 비교 우위인 프로세스 관리 역량조차 머지않아 상당 부분 대체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역량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고찰해 빠르게 실행하는 문제 정의 능력. 다른 하나는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기술 변화의 물결에 빠르게 합류해 그 속도에 맞춰 함께 진화하는 변화 적응력이다. 기술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사람과 능동적으로 올라타는 사람의 차이가, 생존과 도태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AI는 우리에게 여유를 줄까
기술이 발전하면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오래된 착각인 것 같다.
케인스는 1930년에 손주 세대는 주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산업혁명을 몇 번 거치고도 우리는 여전히 주 4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기술은 노동 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투입 시간 대비 생산량에 대한 기대치를 폭발적으로 높여왔다.
노동 시간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어나는데, 요구되는 결과물의 총량과 질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는 것이다.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산 효율은 극대화되지만, 그만큼 여유 시간을 주는 대신 더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격차다.
과거에는 같은 일을 하는 개인 간 생산량 차이가 많아야 2~3배 수준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AI 리터러시와 활용 능력에 따라 그 격차가 10배, 100배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AI에 대한 수용성과 활용 능력이 없는 개인이나 조직은 빠르게 도태될 것이고 이 격차가 새로운 표준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팜앤디에서 우리는
이 이야기가 개발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획서를 쓰고, 제안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우리의 일도 똑같다. 단순히 문서를 만들고 액션플랜을 수행하는 일은 AI가 점점 더 잘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일은 개발자와 마찬가지로, 지역과 주민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것을 되게 만드는 일이다. 돌아보면 팜앤디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 그것이었고, 앞으로 더 잘해야 하는 일도 그것이다.
올해는 잘 세팅된 프로젝트들을 운영하면서, AI를 활용해 반복적인 업무를 최대한 효율화해 보려고 한다. 격차가 10배, 100배로 벌어지는 시대라면, 작은 팀인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변화의 물결에 빨리 올라타서, 같은 시간에 더 큰 임팩트를 내는 팀이 되어 보자
개발자 무용론 시대, 우리의 일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요즘 SNS를 보면 "개발 못 하는 내가 한 달 만에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자랑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작년 초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가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을 던진 이후, 코드를 몰라도 AI에게 맡기고 느낌대로 만드는 흐름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개발자 무용론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을 보며, AI 시대에 개발자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우리의 일은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 보았다.
개발자 무용론, 어디까지 진짜일까
무용론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3~6개월 안에 AI가 코드의 90%를 작성할 것이라고 말했고, 마크 저커버그도 AI가 미드레벨 엔지니어 수준의 코드를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단순 코딩 업무에서는 AI가 주니어 개발자보다 코드를 더 잘 작성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과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되는 현실이다.
다만 만들어지는 것과 성과를 내는 것은 다르다. AI 기반 코딩 도구를 통해 수많은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MIT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95%가 측정 가능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실제로 수익과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은 5% 남짓이라는 이야기다. 95%의 결과물이 실효성 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만들 수 있다와 되게 만든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코딩 실력이 경쟁력이 아니게 된다면
그렇다면 개발자의 특장점은 어디에 있을까. 과거에는 특정 기술 스택, 개발 언어 구사 능력이 곧 개발자의 가치였다. 하지만 AI가 코드를 더 잘 쓰는 시대에, 개발자의 비교 우위는 코딩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개발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니어 개발자가 주니어와 다른 지점도 사실 여기에 있다. 개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잠재적 리스크 — 보안이 뚫리지는 않을지, 과금이 폭탄처럼 터지지는 않을지, 사용자가 늘었을 때 확장 가능한 구조인지, 서버는 안정적으로 버틸지 — 를 미리 인지하는 리스크 식별 능력. 전체 개발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만들고 끝이 아니라 어떻게 유지보수할지를 설계하는 프로세스 설계 능력. 그리고 구현해야 할 기능의 적정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판단하고 관리하는 품질 관리 능력. 비전문가가 AI로 만든 서비스가 95%의 실패로 흘러가는 이유의 일부는 프로세스적 관점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점이다.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지금 시니어의 비교 우위인 프로세스 관리 역량조차 머지않아 상당 부분 대체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역량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고찰해 빠르게 실행하는 문제 정의 능력. 다른 하나는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기술 변화의 물결에 빠르게 합류해 그 속도에 맞춰 함께 진화하는 변화 적응력이다. 기술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사람과 능동적으로 올라타는 사람의 차이가, 생존과 도태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AI는 우리에게 여유를 줄까
기술이 발전하면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오래된 착각인 것 같다.
케인스는 1930년에 손주 세대는 주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산업혁명을 몇 번 거치고도 우리는 여전히 주 4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기술은 노동 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투입 시간 대비 생산량에 대한 기대치를 폭발적으로 높여왔다.
노동 시간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어나는데, 요구되는 결과물의 총량과 질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는 것이다.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산 효율은 극대화되지만, 그만큼 여유 시간을 주는 대신 더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격차다.
과거에는 같은 일을 하는 개인 간 생산량 차이가 많아야 2~3배 수준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AI 리터러시와 활용 능력에 따라 그 격차가 10배, 100배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AI에 대한 수용성과 활용 능력이 없는 개인이나 조직은 빠르게 도태될 것이고 이 격차가 새로운 표준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팜앤디에서 우리는
이 이야기가 개발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획서를 쓰고, 제안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우리의 일도 똑같다. 단순히 문서를 만들고 액션플랜을 수행하는 일은 AI가 점점 더 잘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일은 개발자와 마찬가지로, 지역과 주민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것을 되게 만드는 일이다. 돌아보면 팜앤디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 그것이었고, 앞으로 더 잘해야 하는 일도 그것이다.
올해는 잘 세팅된 프로젝트들을 운영하면서, AI를 활용해 반복적인 업무를 최대한 효율화해 보려고 한다. 격차가 10배, 100배로 벌어지는 시대라면, 작은 팀인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변화의 물결에 빨리 올라타서, 같은 시간에 더 큰 임팩트를 내는 팀이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