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이방인 생활 16년차, 프로 이방인의 로컬생활 입문기 (3)

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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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컬 생활 3개월 차...아직 파릇파릇한 뉴비입니다.

입문기의 마지막이 될 이번 플로그에서는 프로 이방인인 제가, 요즘 푹 빠진 텃밭 가꾸기의 매력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흙의 언어, 몸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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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텃밭 가꾸기가 제 일상의 큰 즐거움입니다.
정말 어울리지 않죠? 하지만 진짜랍니다.

사실 혼자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체험 수준의 활동 정도에 '즐거움'이라고 거창하게 말하는 것이 상당히 민망하지만,
제게는 자라나는 생명을 돌보며, 수확하고, 식탁에 올리는 과정이 새롭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실은, 이전의 제게 미식은 다른 어떤 것이었어요.
이제 막 오픈해 유명해지기 직전의 레스토랑을 가장 먼저 찾아내 친구들과 방문하는 것이 일상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예술품처럼 놓인 음식을 세련된 취향의 증거로 여겼고, 더 새로운 미식을 향한 갈증은 끝이 없었죠.

그래서 처음 도시 생활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어쩌면 '맛'을 포기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멀어져, 이제는 미식의 세계와는 영원히 작별이라고.

뺄셈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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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취미로 시작한 가족 농장에는 이제 가지, 오이, 고추, 깻잎, 상추, 토마토, 비트가 열립니다.
요즘에는 예쁘지는 않지만 귀여운 오이와 가지, 크기가 제각각인 방울토마토를 주로 수확해요.

직접 키워낸 작물에는 지난 봄부터 이 땅이 품어온 모든 이야기, 햇살과 비와 바람의 서사가 만들어낸 완벽한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7월의 불볕같은 더위에도, 무섭게 내리는 비에도 살아남은 작은 것들이 기특해서, 자꾸만 정이 들어요.
농장에 있는 아이들의 소식이 궁금해지고, 자주 가게 되고...

그래서 요즈음 제게 '미식'의 정의는 완전히 다시 의미로 쓰입니다.
도시의 미식이 '덧셈'의 미학이었다면, 이곳의 미식은 자연의 본질 외 모든 것을 덜어낸 '뺄셈'의 미학입니다.
화려한 음식이 주는 감동 대신, 새벽에 밭으로 나가, 오늘은 어떤 생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살피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로컬 생활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흙과, 햇살과, 땀이 만들어낸 이 결과물 앞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
이 소박함이 제법 근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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